오늘은 향수 취향은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에 대해서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 우리가 향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되는 진짜 이유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져본다.
“왜 어떤 향은 너무 좋은데, 어떤 향은 맡자마자 거부감이 들까?”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극찬하는 향수도 나에게는 답답하고 불쾌한 냄새일 수 있다. 취향이 맞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사실 향수 취향은 단순한 ‘취향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심리·경험이 모두 얽혀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결과다. 그래서 누군가의 향수 취향은 그 사람의 유전자, 기억, 문화적 배경, 성향을 모두 비춘다. 이번 글에서는 향수 취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을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살펴본다.
후각 유전자가 향수를 해석하는 방식: 취향의 선천적 기반
향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반응에는 냄새를 감지하는 유전자의 차이가 크게 작용한다. 인간은 약 400가지 이상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각 유전자는 특정 향 분자를 감지한다. 문제는 사람마다 활성화된 유전자의 구성 비율이 다르다는 점이다.
즉, 어떤 향을 강하게 인식하는 사람과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유전자 차이 때문에 같은 향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안디로스텐온(Androstenone)을 들 수 있다. 고급 향수에서 주로 사용되는 머스크 계열 성분인데,
어떤 사람은 관능적이고 섹시한 향이라고 느끼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축축한 흙 냄새, 지하실 냄새, 땀 냄새처럼 매우 불쾌하게 인식한다
이 차이는 취향이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체 민감도 차이다.
따라서 “누군가는 좋아하지만 나는 싫은 향”이 존재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유전적으로 특정 향을 거부하도록 설계되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각은 사람마다 민감한 향과 둔감한 향이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베르가못 향을 뚜렷하게 인식하지만, 어떤 사람은 향수의 전체적인 느낌 속에 섞여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향수 시향 후 “이 향 너무 강해!” vs “난 별로 안 느껴지는데?” 같은 반응 차이가 발생한다.
이렇듯 향을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은 향수 취향에 선천적 기반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문화·기억·경험이 향을 좋아하게 만드는 후천적 요인
향수 취향의 또 한 축은 바로 환경과 경험이다.
사람은 단순히 냄새를 맡는 것이 아니라 냄새에 감정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어떤 향이 좋은지 나쁜지는 뇌 속 기억과 감정 체계가 결정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엄마가 즐겨 쓴 비누, 교실에서 맡았던 연필 냄새, 여름 방학의 바닷바람 냄새… 이런 감각들은 기억 속에서 감정과 결합해 남는다. 그래서 철이 들어 향수를 구매하기 시작한 후에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본능적으로 ‘좋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힘들었던 시기에 맡았던 향은 이유 없이 거부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향에 대한 감정은 논리적 판단보다 감정 회로(편도체)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 “왜 싫은지 모르겠지만 불편한 향”이라는 느낌도 충분히 자연스럽다.
문화적 배경 또한 흥미로운 요인이다.
동아시아: 시트러스, 플로럴, 비누향 — 깨끗함과 밝은 분위기를 선호
유럽: 우디, 스파이시, 머스크 — 성숙함, 깊이감, 안정감 선호
중동: 앰버, 오리엔탈, 우드 — 강렬하고 관능적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향 선호
결국 인간은 향을 맡는 것이 아니라 향을 해석한다.
그리고 그 해석은 기억과 문화, 경험과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향수 취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도 있고,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변할 수도 있다.
향 그룹과 성격의 연관성: 향기가 말해주는 나의 정체성
향수 취향에는 개인의 성향과 자기 표현 욕구가 반영된다. 심리·마케팅 연구에 따르면 특정 향 그룹과 사람의 성향에는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존재한다.
향 그룹 특징 성향 경향
시트러스 맑고 가벼움 활발하고 깔끔함 선호, 빠른 템포 생활
플로럴 부드럽고 섬세함 감성적, 다정함, 관계지향적
우디 차분하고 깊음 고요함·안정·내면 중심
머스크 따뜻하고 관능적 자신감, 존재감 강조, 매혹적인 분위기 선호
오리엔탈 / 스파이시 강렬하고 독특함 개성·도전·예술성
아쿠아틱 시원하고 청량함 평온·편안함·자연 친화
물론 “이 성격이면 반드시 이 향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향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반영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자신이 원래 가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향을 고르고,
누군가는 향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표현한다.
따라서 향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냄새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장 잘 표현할 단어를 고르는 행위에 가깝다.
마무리: 향수 취향에는 정답도 기준도 없다
우리는 종종 향수를 스코어처럼 평가하고 비교하려 하지만,
향수 취향은 본질적으로 정답이 없는 영역이다.
유전자 → 향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결정
기억과 경험 → 향에 대한 감정을 결정
성향과 자기표현 → 향을 선택하는 기준을 결정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향수 취향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누군가 좋아한다고 해서 나도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향이라도 나에게 좋은 기억을 불러온다면 그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다.
향을 고르는 일은 취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인생의 한 순간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향을 만나게 된다.
그 향을 찾는 과정 자체가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